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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이너 에세이: 누아믹에 담기는 여러 가지 이야기]



     

    14.직선

    모든 여성의 몸은 아름답다.
    머리카락을 넘길 때 드러나는 목선은 아름답고,
    허리에서 힙으로 이어지는 곡선은 우아하다.
    여성의 아름다운 라인을 어떻게 살리는가가
    옷을 만들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다.
    그동안은 주로 곡선을 이용해 라인을 다듬었고,
    좀 더 강조할 수 있도록 하늘하늘한 원단을 사용했다.

    이번 컬렉션 주제를 '책'으로 정하며
    가장 크게 고민한 부분은 선의 변화였다.
    책을 떠올릴 때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감상은
    각지고 딱딱한 직선이다.

    모순적이지만 이런 직선을 이용해 아름다운 몸의 라인을
    부각시키는 옷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힘 있는 원단을 사용해 구조감을 강조하며
    책이 가진 직선의 요소들을 담아냈다.
    그렇게 내가 느끼는 책의 이미지를 옷으로 옮겼다.

    잘 쓰지 않는 선을 사용해 원하는 라인을
    만들어가는 건 생소하면서도 즐거운 작업이었다.
    타성에 젖어버린 부분이 환기되는 기분도 들었다.
    내가 지켜나가고 싶은 것과 계속해서 변화를
    줘야 하는 것의 구분점도 어렴풋이 찾아갈 수 있었다.

    단 한 권에 포개진 수백 장의 페이지처럼
    이번 컬렉션 하나에 담아내고 싶은 것이 유독 많았다.

    소설의 첫 장을 쓰는 마음으로 담고 싶은 것들을 펼쳤고,
    책 한 권을 완성하는 마음으로 이번 시즌을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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