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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이너 에세이: 누아믹에 담기는 여러 가지 이야기]



     

    나의 <자화상>

    내 왼손 네 번째 손가락 안에는 부러진 바늘 조각이 들어있다. 길을 걸을 때 건물 꼭대기 모서리를 보는 습관이 있다. 대학 입학식 날 처음 말을 걸었던 친구는 나랑 생일이 같았다. 생일만 같고 외모부터 성격까지 모든 게 반대였다. 지금까지 자주 연락하고 지내게 될 줄 그때는 몰랐다. 원래 나는 예은이라는 이름을 가질 뻔했으나 오빠가 하은이라는 이름을 갖기엔 여성스럽다는 이유로 내가 하은이 되었다. 나는 동트는 푸르스름한 새벽보다 붉게 물들어가는 노을이 지는 늦은 오후를 좋아한다. 아주 어릴 적 생일날 아버지가 피에로 케이크를 사 오신 적이 있다. 나는 어릴 적 산타의 존재를 믿었다가 실망한 기억은 없다. 나는 늘 따듯한 나라에 가서 살 것이라는 생각에 겨울 옷을 거의 사지 않는다. 차가운 레드 와인을 좋아한다. 어릴 적 가장 좋아했던 영화는 <수면의 과학>이라는 사랑 영화다. 지금은 좋아하는 영화가 없다. 올해는 블랙에 푹 빠졌었다. 나는 토끼띠다. 내년은 검은 토끼의 해라고 한다.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한다. 소설책 한 권을 읽은 기분, 영화 한 편을 본 감상을 상대방이 살아온 이런저런 인생 이야기를 들으며 똑같이 느낀다.

    <자화상>에서 작가는 아무것도 숨기지 않고 자신을 발가벗겨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삶 전체를 임의로 펼쳐놓는다.
    문장들은 마치 눈을 감은 채로 자루 속에 담긴 조약돌을
    손에 넣어 아무렇게나 꺼내는 것처럼 전후 관련성이 없다.
    (중략)

    사람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일상적이고 아주 사소한 것들에 대해
    생각하며 보낸다. 외출했을 때 눈에 들어오는 거리의 풍경,
    갑자기 떠오른 어린 시절의 기억, 음식과 책과 영화와 사랑을 나누는 일 등에 대한 생각들이 우리 생각들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우리는 그러한 두서없는 생각들을 반복적으로 하는데,
    그것이 곧 우리의 일상이다.
    그러한 일상들의 단면들을 아무런 구조적 형식 없이 나열하는 것으로 <자화상>은 일상적인 것들에 새로운 차원을 부여해준다.

    옮긴이 후기 2015년 2월 정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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